이상한 사람들

오늘 복음의 내용을 묵상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아주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 일에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아니 느닷없이 “ 너, 나를 따라와라” 한마디 하시는 데 원래부터 약속된 것처럼 그렇게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어부들입니다.

자기 직업을 가지로 열심히 일하던 그 사람들이 그 한마디에 냉큼 가족과 일을 버리고 따라 나서고 맙니다. 그것도 지금하고 있던 일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제자들의 반응이 너무 단순합니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러지 못한 내 모습과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간결하게 명확하게 부르시고 제자들은 참으로 단순하게 반응합니다. “도와줄래? 나와 이 일을(사명) 함께 하겠니? 나의 제자가 되어 주겠니?” 구구절절 이런 저런 설득도, 설명도 없다. 그냥 “나를 따르라!” 하고 명하시면 제자들은 핑계가 없습니다. “지금 하던 일을 좀 마치고 가면 안 될까요? 아버지도 옆에 계시는데 좀 부모님과 상의를 해보겠습니다.“ 이런 말도 없었습니다. 부르시면 현재 진행하던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바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잠시 놀다 와서 하던 일을 다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떠났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들 뿐만 아니라 또한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 행동을 보면서 그런 철없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부추깁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신앙의 길입니다. 하느님을 섬기려면 세상의 다른 것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부르심은 우리 안에서 ‘우리 인생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참된 삶인가?’을 진지하게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삶의 모든 가치를 예수님에게서 발견하고 이제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부르심에 대한 응답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었다고 부름심이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사제나 수도자만 부르심은 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직업과 역할을 가지고 있든지 상관없이, 우리의 삶 속에는 늘 주님의 보편적인 부르심이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회사원으로서 각자의 일 속에 주님의 부르심이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 속에서도 주님께서 바라시는 삶이 있습니다. 주님 앞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의 삶이 주는 복음적 의미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살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알아차리고 이에 응답하며 성실히 인생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주임신부 고봉호 베드로-

2020년 1월 26일 제 2235호 주보, 말씀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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